참 일찍도 올리는 '겨울'의 강릉여행기, 그 마지막편.
마지막편을 올리는 이유도, 그 다음에 다녀온 여행기를 빨리 올려야겠기에...--;;라곤 말 못함.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안목해변 끝자락까지 쭈욱 걸었다.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추위에 굴복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ㅎㅎ
실은 안목해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카페거리'.
언제부턴가 강릉이 커피로 떠오르기 시작하더니만,
얼마 전 문제(!)의 프로그램 <*박 *일>이 다녀간 뒤로는 완전히 '강릉=커피'가 되어버렸다는 듯.
뭐 강릉의 힘이건 방송의 힘이건 간에, 커피중독자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지. 여행지가 커피로 유명하다니.
안목해변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커피거리를 천천히 한바퀴 돌면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 들어가보기로 했다.
음...근데...
어째 내가 생각했던 그런 카페거리가 아니....

음.. 바다를 볼 수 있지만 그닥 마음이 내키지 않는 큰 카페다...

어...음....근데 가도가도 큰 카페들 뿐일세.
게다가 왠지 모양새가.. 팬션을 개조한 듯한...흠흠...

더불어 이런 눈치없는 대형 체인들이...--;;
'들'이라고 복수형으로 얘기하는 이유는 이 근처에 카페ㅂ네도 있었기 때문...--;;
대도시가 아닌,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했던 '강릉 카페거리'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작은 카페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이미지의...↓

(어...음... 이런 '전화선으로 리얼플레이어 보던 시절'급의 화질은 대체...--;;)
이런 앤티크한 느낌의 작은 카페에서 마스터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구.
마스터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진 다양한 커피잔이라던가, 카페를 가득 메우는 커피향과 음악들.. 뭐 이런걸 기대했는데
내 눈 앞에 펼쳐진 카페거리의 모습이란.. 아직 커피맛도 보지 못했건만 머릿속은 벌써부터 실망으로 가득.

차라리 바다를 보면서 이걸 마시는게 더 낭만적일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강릉 카페거리'의 유래가 이 자판기 커피라고 하더군.
그래, 이 편이 훨씬 '멋'이 있다. 바닷바람 맞으며, 파도소리 들으며 자판기 커피 한잔이 훨씬 멋스러워.

지금보니 우유도 있네. 가루우유인가@_@
바다 전망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 내 취향에 맞는 카페를 어떻게든 찾아보자 싶어 스맛폰을 뒤져봤지만
겨우겨우 찾아낸 카페는 안목해변에서 차로 10분 넘게 달려야 하는 곳(사천진)이어서 포기..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긴 해야겠고,
결국 이 근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듯한(=블로그 검색에 자주 걸리는데 그렇다고 광고는 아닌 것 같은)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여기가 바로 '거기'였을 줄이야.
실제 이승기가 앉았던 자리에는 소녀같은 아주머니 네분이 앉아 수다 삼매경 중이셨음.
혹시 일부러 거기 앉으신건가...으흐흐.
따뜻한 카페라떼 한잔을 받아들고, 윗층으로.
카페는 3층짜리 건물(아마도 예전엔 팬션...) 전체를 쓰고 있었는데 1~2층은 금연석, 3층은 흡연석인듯 했다.
2층 창가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했고 해서, 일단은 3층으로. 다행히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흡연석임에도 쾌적했다.

게다가 커피가 예뻐(!).
게다가 커피가 의외로 맛있어.
밖에서 보기엔 건물모양새도 그렇고 간판도 조금 촌스러운(ㅠㅠ) 느낌이 들어서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었는데,
커피맛이 꽤 좋아서 놀랐다. 게다가 한잔에 3500원. 리필 무료!!!! 이것은 훌륭하다!! 후울류우우웅하다!!!!
게다가 3층 벽면에는 커피타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바로 이거죠. 네, 바다예요 바다. 그림같은 바다.
맛있는 커피와 더불어 창밖으로 보이는 절경에, 처음 카페거리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실망감이 싹 가시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도 그렇고 카페도 그렇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건가...ㅋㅋㅋ 뭐 그래도 여러가지로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게 3층에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여행의 감상을 정리하다가,
리필도 할 겸, 추위도 피할 겸(사람이 없으니 금세 추워지더라ㅠㅠ) 해서 1층으로 내려옴.
다소 수선스럽긴 해도 따뜻하고 좋더라.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거의 없었지만) 구경하기에도 좋고.
아무튼 내가 강릉 카페거리에서 신세를 진 이 'Coffee Cupper(커피커퍼?)'라는 카페는
겉보기엔 조금 애매하단 느낌이 들긴 하다만 커피맛도 좋고 가격도 좋고 점원들도 친절한 그런 카페였음.
카페 내의 분위기만 조금 개성있게 바꾼다면, 강릉에 놀러갈때마다 찾을 그런 카페인데..그게 좀 아쉽네^_ㅠ
한시간 조금 넘게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즐긴 뒤, 고속버스 시간에 맞춰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안목해변 근처에 있는 버스 승차장(여기가 기점인듯)에서 한컷.
사진에 보이는 버스를 타고 강릉터미널로 돌아갑니다.

눈 내린 강릉은, 버스정류장 뒷편의 모습조차도 이렇게 아름답고나!!!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피곤이 미친듯이 몰려왔지만,
또 막상 강릉을 떠나려니 더 많은 설경을 눈에 담지 못한 게 아쉬워서 자꾸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셔터를 눌러대고.

버스를 타고 열심히 달려 다시 터미널로.
시외버스 터미널 건물에서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로 넘어가는 길.

여기서 오후 4시 정각에 출발하는 공항 리무진을 타고 세시간여를 달려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번 여행은 끝.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핫바를 해치운 뒤 (평소엔 하지도 않던) 멀미를 한 것은 이번 여행 끝자락의 소소한 추억..ㅋㅋ
갑작스럽게 떠난 혼자만의 여행이었지만,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도 많아지고 마음은 또 차분해져서
당일치기 여행이었음에도 뭔가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유롭게 2박 3일은 둘러본 느낌 ㅎㅎ
게다가 꿈에도 그리던 양떼목장의 설경을 두눈으로 만끽했으니, 당분간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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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았는데 그 '당분간'도 끝나버린지 석달이 다 되어가는지라 요즘은 열심히 먹고 살찌우고 있다. -_-;;ㅋㅋ
밀려오는 결혼식에, 여름 여행 계획에, 살을 빼야 할 이유는 많아져만 가는데 이건 대체 무슨 자신감인가.
아무튼 여기까지, 갑작스레 떠난 당일치기 강릉여행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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